- 인프랩 스타트업 투자 재무적 Log 1 (Found ~ Angel)
- 인프랩 스타트업 투자 재무적 Log 2 (Angel ~ Seed)
- 인프랩 스타트업 투자 재무적 Log 3 (팀빌딩 + 서비스 리뉴얼)
- 인프랩 스타트업 투자 재무적 Log 4 (Series A)
- 인프랩 스타트업 투자 재무적 Log 5 (angel exit, 팀빌딩)
13. Series A 투자 라운드 시작 – 2021.02
지표가 좋은 편이어서, 이땐 IR 자료 들이밀면 돈다발 들고 줄 설줄 알았다. 당연히 그런일은 없었다.ㅋㅋ 게다가 난 정형화된 발표에 매우 취약해서 본엔젤스에게서 IR에 맞는 팀을 꾸리는게 좋겠다는 조언도 받았다. 쉽게 말해서 발표 너가 하지 말라는 말씀이었다. 😂😂😂 그래서 우리팀의 고트(goat)와 팀을 짜서 같이 IR 을 준비했다. 고트는 실제로 이해력과 유연성, 전달력이 모두 좋아서 내가 만든 IR 자료와 비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잘 전달해 줬다. 조언도 많이 해주고. 고트에게 감사하다.
50억을 모을 생각이었다. Seed 라운드에 투자해 이미 주주인 본엔젤스가 10~20억 정도 후속투자 해주신다고 해서, 남은 30~40억을 펀딩하기 위해서 미팅들을 진행했다.
근데 의외로 미팅들마다 광탈했다. 만나는 VC 마다 시장 사이즈나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들 했다. 수치도 나쁘진 않고 회사 소개도 좋았는데,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많이 서툴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VC 입장에서 기분 좋은 자료들을 찾게되서 성사율이 높아지게 됐다.
🎼 음악 – 셀레브리티
이때 내 정신건강을 위해 역시 난 보통 VC 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그래서 바보같은 VC 들이 우리를 잘못보는 거라며 아이유 ‘셀레브리티’ 백만번 들으며 위로받았다. Series A 라운딩 동안 수백만번 들은듯.
14. 본격 Series A IR
본격적으로 투자 IR을 시작했다.
정식 IR 은 투자사들과 미팅을 가진후 기본적인 조건들이 1차 합의가 되면 날짜를 잡아 정식으로 진행한다. 인프랩은 시리즈A 라운드 동안 6개 회사에서 정식 IR을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론 아래 세 회사에서 투자 받았다.
미래에셋
만나는 VC 들이 시큰둥하니까 슬슬 짜증게이지가 올라가던 참에 미래에셋 김경모 본부장님과 미팅이 잡혔다. 과거 2020년 초중순에도 전태연 파트너님 소개받은적 있는데, 그땐 바쁘셔서 만나보지도 못했었다. 그래서 사실 별 기대 없이 갔다.
근데 그 짧은 미팅 시간에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서 투자를 많이 하신 분이라 그런지 이해도도 높았고, 던지는 질문에서 공부가 많이 됐다. 사실 그전 미팅들이 재미가 없었어서 이땐 좀 놀랐다. 그래서 그 미팅 시간에 ‘아! 이 사람한테는 받아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건 내 생각이고, 시큰둥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셋의 질문은 날카로웠지만 우리가 제공하는 대답과 자료들은 물렁했다. 그래서 사무실에 돌아와 우리 서비스에서 뽑을 수 있는 임팩트 있을만한 수치들을 추가로 분석해서 이메일로 보냈다. 근데 이 수치를 보내드리고 엄청 빨리 답장이 왔다.
“매우 좋은 수치인 것 같습니다. 혹시 이걸 월별로 볼 수 있을까요?”
이 답장을 보고 이 지표가 엄청 좋은 지표고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는걸 알게됐다. 그래서 데이터 좀 더 디벨롭해서 IR 자료에 추가하고 새로운 VC 만날때마다 이 자료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실제로 그 이후로 만난 모든 VC에게서 관심을 받았다.
유저 리텐션에 관한 데이터였다. 리텐션 데이터를 아래 쿠팡꺼처럼 생기게 만들었었다.
이후로 계속 자료들을 검토하고 인터뷰도 하고 하다가 정식 IR 하기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이진우 심사역님이 엄청 많이 도와줘서 감사하다. IR 당일에 생각보다 편안하게 진행했고, 다른 분들도 많이 들어오셨는데 엄청 다들 친절하셨다. 분위기도 나름 좋았고.
한국투자파트너스
한투파의 정화목 이사님을 샤플 이준승 대표님 께서 소개해줬다. 이때쯤 50억이 내정적으로는 모인 시점이라 별 생각없었는데, 이준승 대표님이 벨류 왤케 낮게 하냐고.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망치는거 아니냐고, 그리고 그럴수록 많이 만나봐야 된다고 하시면서 반 강제적으로 한투파와 TBT 를 소개해 주셨다. 진짜 초 귀인..
정화목 이사님은 엄청 강렬했다. 우와 나랑 동갑인데, 엄청 똑똑하고 젠틀한데 적극적이고 해서 자극이 많이 됐다. 경험이 무척 좋았다. 그리고 추진력도 장난 아니고. 고트랑 둘이 첫 미팅하고 딤섬 먹으면서 꼭 이사람에게 받고 싶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3월에 IR 을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분위기가 편해서 놀랐다. 한투파가 IR 분위기가 무겁고 엄숙하다고 스타트업 사이에 도는 소문을 들었는데, 상상하던 그것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편안했다. 우리를 많이 배려해 주신거 같았다.
결국 이번 투자는 한국투자파트너스 정화목 이사님이 리드하에 진행됐다.
본엔젤스
뒤에서 얘기하겠지만, 본엔젤스와 전태연 파트너님이 뒤에서 지켜주지 않았다면 시리즈A 투자 프로젝트는 중단됐지도 모르겠다. 정말 감사했고, 그리고 보답하고 보여주고 싶었다.
코로나 상황이라 화상으로 IR을 진행했다. 송인애 대표님, 전태연 파트너님, 이수헌 심사역님 을 비롯해 많은 파트너 분들이 계셨고 비교적 편하게 IR을 진행했다. 새 라운드에서 후속투자를 받기위해 IR 시간을 가지게 되니, 여러 감정이 섞여 들었다. Seed 투자때 이후로 Series A 까지 계속 우리를 믿어준것에 대해 의리를 지키고, 약간의 보답을 하는거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감사함과 뿌듯함의 감정이 특히나 크게 다가왔다.
딴 예기지만 본엔젤스는 원래 Seed 단계에서의 투자만 주로 있었는데, 시리즈A 단계에서 후속투자를 하는 경우는 이전까지는 별로 없었다고 한다. 앞으론 많이 하실거라고 하네.
15. 실사 및 투심위 등등 후 60억 투자 확정 💰🎉
시드투자 때와는 다르게 돈의 규모가 달라지니까 절차도 좀 많아졌다. 근데 이건 VC(투자사) 마다 절차가 다르다. 한투파, 미래 같이 규모가 큰 회사들은 보통
IR → 투심위1 → 투심위2 → 회계실사 → 계약 → 주금납입
이런 순서가 많은거 같다. 투심위는 해당 VC의 담당자가 VC내부에서 동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그래서 이때 VC의 담당자가 잘 준비할 수 있게 투자받는 회사도 자료들을 충실하게 지원해 줘야된다.
이때 일이 많다. 요청 자료들은 보통은 없었던 형식이 대부분이라 데이터 뽑고 새로 만들고 검증해야하고, 질문들도 많아져 답해주고 하는것들이 이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료들과 답변들을 토대로 VC 내부 투심위에서 토론을 거치고 최종 진행 여부가 결정된다.
여기서 OK 되면 VC가 선정한 회계법인이 회계 실사를 진행하게 된다. 그동안의 모든 입출금 내역, 매출, 채무 등의 재무 건전성 적합성 등을 확인한다. 그리고 문제 없으면 계약서 도장찍고 얼마후에 주금이 납입된다.
결론적으로 인프랩은 2021년 4월 22일
한국투자파트너스, 미래에셋캐피탈, 본엔젤스
각 20억씩 총 60억원 Series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 🎉
16. 협상과정에 대한 감상 🤔
본격 협상 과정의 이전 이야기
시원하게 후다닥 60억이 통장에 들어온거 같지만 완전 그렇진 않았다.
원랜 가장 처음에 우리에게 투자를 희망한 다른 VC 가 있었고, 그곳과 미래에셋 두곳에서 IR 을 가장 먼저 진행했다. 뭔가 일사천리로 슉슉 진행되는거 같았다. 근데 처음 호감을 주던 VC 에서 일이 지지부진 해졌다. 정확히 왜때문인지 모르겠는데, 큰 VC 하우스다 보니까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는거 같았다. 문제는 리딩을 하는곳이 그렇게 지체되니까 전체 일정이 다 멈춰버렸다. 그렇게 근 한달이 걍 지나가 버렸다. 원래 연초는 주주총회 시즌이니까 바뻐서 좀 딜레이 될 수 있긴 하다. 그래도 한달이 걍 지나가 가버리니까 ‘이건 좀 심한데?’ 싶었다.
나의 마음은 갈대니까 이 과정에서 다시 투자를 받기 싫어졌다.ㅋㅋㅋ 투자 준비도 재미없고, 내가 이렇게 까지 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나 싶고, 다른 더 재밌는 일을 하고 싶었다.
본엔젤스 전태연 파트너님이 뒤에 없었으면, 아마도 투자 이때쯤 엎었을거다. 본엔젤스 내부에 인프랩에 대한 후속투자를 설득해 놓으셨다는걸 알아서 실망시킬 순 없었다. 그래서 진짜 꾹 참고 지지부진한 투자상황을 이어나갔다.
벨류 조정 요청 ㅋ
이렇게 느리게 일이 진행되는 와중에 벨류 조정 협상까지 들어왔다.
벨류(기업가치)가 상대적인 거고 대중이 없다지만(근데 진짜 대중없다.) 우리딴에는 벨류를 많이 낮춰서 펀딩을 하고 있었다. ‘빠른 마무리’ 와 ‘좋은 VC’. 이번 라운드는 이 두조건을 총족하는게 최우선 이라고 모토를 잡아서 벨류는 아쉬움 없이 낮게 잡았다. 이 상황에서 벨류 협상까지 들어오니까 신뢰가 깨져버렸다. 이 벨류를 못받아들여져서 계속 늦어지고 있던건가? 싶기도 했고.
화같은건 전혀 안났고, 신뢰가 사라졌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투자는 앞으로의 믿어야할 파트너를 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이렇게 적절한 기업가치를 잡았는데도 이런 협상이 들어왔다는것은 앞으로 파트너로서 믿어도 되는걸까 하는 원론적인 의심이 들었다.
이때 진짜 머리가 넘 복잡해서 혼자 양평에 다녀왔다. 난 보통 고민이 별로 없고 선택이 빠른데 이땐 좀 달랐다. 이틀 하루종일 걸으면서 계속 생각했다. 이걸 받아들일지 말지. 궁상맞게 이때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결론짓고 돌아와서 월요일에 IR 을 같이 준비하던 고트한테
“지금까지 진행된 투자 상황 모두 드랍“
한다고 선언했다. 그때 고트 표정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히 투자 드랍 선언한 당일 한투파가 투자 결정을 하게되서, 감사하게도 완전 드랍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벨류 조정 요청한데는 제외하고 약간 바뀌어 투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벨류 협상은 어려워
음.. VC 가 투자전 기업 벨류를 낮게 조정하는걸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VC 입장에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원래 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물건을 사면 그만큼 실적이고 보상이 커질테니까.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당연히 시도해볼만한 일이다.
하지만 적절한 선을 잡지 못하면 때에 따라서는 상대방의 신뢰를 깰 수 있는거라 어려운 일 같다. 특히 나같은 타입의 대표한테는 더더욱.
이때 우리가 좀 더 압도적인 설득력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에 만난 이미리 대표님이 투자 협상은 ‘자본주의의 예술’ 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난 그런점에서 예술은 잘 못하는거 같다. 🥲
다만, 이 다음 투자가 진행된다면 더 빠르고 단호하게 할 수 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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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표님
러닝스푼즈라는 스타트업에 전략총괄을 맡고있는 이준호입니다.
대표님께서 작성해주신 Series A 이야기 너무나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러닝스푼즈도 내년 상반기에 Series A 투자 유치를 고려하고 있는데, 오픈 전 대표님의 경험담과 고언을 꼭 듣고 싶어 무례함을 무릅쓰고 연락드립니다.
바쁘시겠지만 혹시 티타임 정도의 시간을 허락해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답글 주시거나 이메일(junho.lee@learningspoons.com)로 연락주시면 바로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준호님 안녕하세요! 재밌게 읽으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ㅎㅎㅎㅎ
러닝스푼즈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저랑 함께 시리즈 IR 한 저희팀 goat님 이 러닝스푼즈 대표님이랑 아는 사이로 알고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함께 보면 좋을거 같습니다!!
답변 정말 감사드립니다 대표님!
혹시 금주(수, 목) 혹은 다음주(화수목) 중 편하신 시간대 전달해주시면 맞추어 찾아뵈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넵! 다음주 수요일 오후시간이 좋을거 같아요!!!
티타임 하면 좋겠네요!! 혹시 이메일로도 메세지 드릴게요!
이메일(junho.lee@learningspoons.com) 전달해주시면 시간 맞춰 인사드리겠습니다!
바쁘심에도 불구하고 신경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대표님!
글이 정말 너무 생생해서 이미 제가 투자를 받은 것 같은 기분이네요 ㅎㅎ 그때 당시의 순간들 감정들을 정말 잘 기억하시는 것 같습니다. 정말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우왕. 잘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보람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