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했다.
대학교때 자취한거 제외하곤 분당권(분당+용인+판교) 에서 거의 평생을 살다가 드디어 새로운 도시에서 살아보게 됐다. 뭐 일은 여전히 판교에서 하긴 하지만 우짜든 큰 변화다.
난 ‘아 나 진짜 어른일지도??’ 했던 첫 순간이 뚜렷하게 기억난다. 그건 부모님이 대전에 내려간 이후 가진 첫 자취방에서 두번째 자취방으로 이사를 하는 순간이다. 이사를 하면서 내가 남긴 각종 공과금, 가스요금, 관리비, 용달차, 인터넷 이전 등등.. 을 처리하면서 내가 내 앞가림을 하고 있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래서 이사는 참 구찮은거지만 자기 스스로의 삶을 책임진다는 일종의 의식 같이 느껴진다.
이전 집은 좋고도 싫었다. 판교 LH행복주택에서 4년을 있었는데, 첫 입주할때 10평 이상에서 첨 살아보는거라 넘 행복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무단지 안에 덩그러니 있는 환경이 답답했다. 산책할 수 있는 동네와 길, 나무가 필요했다. 그런면에서 녹지나 천이 많은 이번에 동네가 무척 마음에 들거 같다.
집에 대한 로망이 몇개가 있는데 이번 집에서 작게나마 몇개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기대가 된다. 작은 투룸이지만 복층에 다락방이 있고, 작은 테라스가 딸려있다. 복층 다락방엔 그동안 사고 싶었는데 참았던 책과 만화책들을 둘라고 사모으고 있다. 구찮아서 2층 안올라갈수도 있겠지만, 뭐 어떠냐. 존재가 좋은거지.
이사에 대하는 태도는 이전과 좀 달라지긴 했지만, 내 인생을 온전히 책임지고 만들어 가는 상징적인 의식같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그런면에서 난 내 인생을 아직은 꽤 잘 책임지고 있고, 새 보금자리는 기대가 된다. 나 스스로에게 좀 더 좋은 삶을 줄 수 있을거 같다는 기대.
근데 동네 이름 진짜 잘지었다. 너무 이쁘다. 은곡마을.
다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