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와서 이제 각 잡았다. 여기 좋네 매년와야지.
올해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만큼 빠르고도 길게 지나갔다.
인프랩
연초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2023년을 시작하면서 인프런(교육), 랠릿(채용)을 중간에서 엮어주는 평가(퀴즈)기능을 만들고 이 두 플랫폼의 강결합을 강화시킬 생각이었다. 근데 Chat-GPT 가 드러나면서 세상이 놀란만큼 우리의 방향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충격 그 자체였다.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이제 인간이 가장 잘하는건 뭐지?? 교육이나 지식이 얼마나 필요해질까. 등등 온갖 생각이 다 들었고 교육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지 몰라도 ‘평가’ 의 모습은 확실히 같은 시험이나 테스트에서 바뀌겠다고 생각했다.
아 근데 이거 회사 방향이라 넘 자세히 쓰면 안되겠다.ㅋ
우짜든 AI 모습을 본 후부터 그림의 완성보단 플랫폼과 생태계를 더 크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플랫폼적인 유연성과 확장성에 에너지를 많이 쏟고 있다. 지금 와서는 오히려 올초의 그 변화가 긍정적으로 오히려 더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는거 같다.
B2B 성장
B2B 서비스가 많이 성장했다. 지표적 성장도 충분했지만 그보다 더 의미있다고 느껴지는건 내부 업무 프로세스와 서비스 개선이다. 스타트업은 하루하루 생존에 힘써야 하면서도 미래의 큰 수직성장 곡선을 생각해야된다. 그런면에서 큰 업사이드가 있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 중인라 앞으로 기대가 많이 된다.
랠릿(rallit.com)
랠릿은 올 초 서비스 방향을 재정의하고 그에 맞게 서비스를 개발하면서부터 더 빨리 성장하기 시작했다. 인프런과의 연결성 컨샙에도 변화가 생겨 결과적 연결이 아닌 과정에서의 연결을 먼저 해서 서로의 성장을 도울 생각이다.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랠릿 팀원들도 좀 더 즐겁게 일하는거 같아서 다행이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나도 요즘들어 부쩍 직접 요청하는게 많아져서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해야되는건 해야되는 거니까….ㅋㅋ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랠릿은 오픈시 좀 오만했던거 같다. 인프런의 트래픽이 있고, 유저군이 정확히 겹치니까 게다가 채용 수수료부터 서비스 이용료까지 없으니 좀 오버해서 오픈해놓으면 알아서 모든 채용 서비스 다 쳐부실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 조져지는건..
서비스가 성공하는건 여러가지 노력과 도움과 운이 겹쳐서 만들어지는 기적같은 일이다. 스스로도 이렇게 말하면서 왜 그렇게 쉽게 생각했을까. 넘 오만했다. 그래도 그때 일찍 오픈해두길 정말 잘했다. 그때 안했으면 삽질 지금 하고 있겠지. (지금하는건 삽질 아니길 바라면서 )
프로젝트 닥터스트레인지
AI 신께서 강림하시고 방향변화가 크게 진행되면서 차세대 인프런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도가 더 커졌다. 2018년말~2019년에 있던 앤트맨 프로젝트에서 5년만이네. 시기로도 적절한거 같다. 2024년에 본격적으로 프로젝트: 닥터 가 시작된다.ㅋ
서비스 운영 조직 개편 (셀 → 파트)
인프런은 흔치않게 교육서비스 이면서도 콘텐츠 오픈 플랫폼 성격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에 균형잡기나 일반적인 마케팅을 하기가 어렵다. 다른 서비스들처럼 강의나 지식공유자가 소수 몇명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특정 강의, 지식공유자만 주구장창 밀기가 어렵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은 서비스 전체의 생태계가 잘 순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출만 생각하면 다른데처럼 수시로 아이패드 주고 1+1 하고 별로인 강의들 묶어서 팔고 하는 일반적인 온라인 학원들이 하는 강의팔이 형식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건 서비스와 팀원들 미래를 위해서도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다. 멋있지도 않고.
이런식으로 성공경험을 맛본 사람들은 이후에도 약팔이 마케팅만 하게 될거다. 난 서비스 자체를 성공시키는 방법을 찾고 싶고 그런 팀이길 원했다.
그런면에서 작년 중순부터 올해 3분기까지 너무 어려웠다. 어느 지점에 올라오니 성과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너무 훌륭하고 중요한 강의, 특정 카테고리가 생겨났다. 그러니 다른 강의나 카테고리들이 기회를 잃고, 반대로 하자니 성과가 떨어지는 딜레마가 일어났다. 어케해야될지 확실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기술이 도와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럴땐 인간지능으로 수만가지를 시도를 해보면서 방법을 찾아야 되는데, 내가 직접 그러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작은 단위로 여러 직군이 모인 셀을 통해 자율적으로 방법을 찾길 원했다. 초기의 인프랩이 그랬던 것처럼 맡은 카테고리를 알아서 성장시킬 방법을 찾자는 의도였다.
결과적으로 이 시도는 성공을 보지 못하고 연말쯤 새롭게 조직을 개편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퉁쳐서 하나로 말하면 예전과 달리 내가 생각하는 세명이 각자미친듯이하면서도 한몸같이 일하기엔 고려할게 넘 많아졌다는 것이다. 서비스도 넘 커져서 극복하기 어려운 지점도 있었고. 그래서 올 하반기까지 이 부분을 엄청 많이 고민했다.
다행히 하반기 들어서면서 기술적으로 생각보다 쉽게, 낮은 에너지레벨로 해결을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앞단의 기술로 문제를 보완하고, 셀 체제는 다시 직군별 파트 체제로 목적을 명확히 했다. 실무적으로 목적이나 할일이 명확해져서 앞으로 성장에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오랫동안(1년 이상) 시도해온 문제기 때문에 이 셀체제에 대한 내 결정에 대해서 고찰하게 될때가 종종 있다.
이 시도는 내가 뚜렷한 해결법을 찾기 어려워서(어려움) + 그러니까 여러가지 시도를 하면서 알아서 찾아줘라(위임) + 개인적인 작은 조직에 대한 선호도 + 등등.. 온갖 것들이 합쳐진 나에게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우려의 목소리가 종종 있었지만 이게 최선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론 그 확신만큼 성과를 얻진 못했다. 그때로 돌아가서 다시 선택을 해야한다면 어떤 구조와 컨셉으로 우리가 가는게 맞았을까. 잘 모르겠지만 이건 계속 생각해볼만한 문제인거 같다.
그 밖의 셀, 파트, 팀 혼란
변화가 없고 안정적이기만 했던 순간은 인프랩에서 한 순간도 없었지만, 올해는 유독 더하게 느꼈다. 팀이 커지고 여러 목적, 이해관계가 생기고, 대외적으로 혼란스럽고, 나까지 방향 전환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팀 전체가 어수선했다. 그 안에서 한 줄기로 묶는것도 숙제 중 하나였다.
근데 이게 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고 여러가지가 도와줘야 되는거 같다. 다행히 여러가지 것들이 잘 맞아 연말인 현 시점에 방향이나 할일이 명확해 지면서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 안정된 느낌이다.
좋은팀, 전통과 문화
가끔 프로젝트에 관여할때면 과거의 좋은 경험이 잘 전달 안되서 아쉬운 경우가 있었다. 이전의 인프랩보다 훨 훌륭하지만 경험하지 못해서 한끗의 디테일이 빠져있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이게 잘 전수 안된게 아쉽다. 이건 나 또는 초기 맴버들이 이런 시각으로 방법을 미리 찾아놨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과거 경험에서 특별히 성공적 이었거나, 예외적인 뾰족함을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 가 있긴하다. 그리고 당연히 99.999% 는 처음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그런것들을 챙길 수 없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잘해낸다는 전제 하에 팀에서 앞서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조금씩 덧붙이는게 중요하다.
어쩜 이런게 문화이며 전통이라고 정의 되는거 아닌가 싶었다. 인프랩은 예외적인 높은 곳이 목표이기 때문에 그런게 필요하다. 2024년엔 이런 부분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스타트업 선배
음.. 본엔젤스 연말모임에 5년만에 참석했다. 2018년에 첨 투자받고 참석했을때 투자받은지 몇년 된 선배 기업들이 정말 대단해 보였는데, 그 포지션에 우리가 있다는게 참 이상하기도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아직 별거 아닌딩.ㅠㅠ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도 그 동안 완전 엊나가진 않았구나 하고 안심도 되고 뿌듯하기도 한 시간이었다. 앞으론 좀 더 자주 참석해야지.. 가능하면..!!
자본: 금융소득, 회계
음. 기업을 운영하면서 자본시장에 대한 시각이 더 넓어져야 한다는걸 올해 느꼈다. 우짜든 사업은 외부 환경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 일이라 대표는 이런 지식에 밝고,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전엔 그런거 신경 안쓰고 서비스와 팀만 잘 만들면 되지. 하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넘 순진했다. 좀 반성하게 되는 부분임.
2023년 연말 현재의 기분
올해의 숫자는 작년 기대한것에 비해선 좋지 않았다. 다만 지난 연말보다 이 시간을 맞이하는 기분은 훨 좋다. 그땐 더 성장하려면 뭘 어떡해야 할까..? 하는 생각에 대한 스스로의 답이 명쾌하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앞으로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스스로 뚜렷하고 납득이 되는거 같다.
물론 이 방향이 틀릴지 맞을지 모르지만, 틀림 또 수정하면 되고 걍 언더독으로서 좋은 동료들과 즐겁게 많은것을 증명하고 싶다. 할 수 있을거 같다.
이형주
발목 똑 하고 부러짐
제주도 놀라가서 발목의 복숭아뼈가 살짝 귀엽게 뿌려졌다.ㅋㅋㅋ 크게 다친적이 고딩때 말곤 없었어서 불편한지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됐다. 아프지 말고 건강 조심해야지.
올해 많이 들은 음악
잘 지내자 우리(짙은), 손잡고 허밍(제주소년), 우리가 맞다는 대답을 할꺼에요(이강승), Lemon(요네즈 캔시), Ditto(뉴진스)
테니스
발목만 안나갔어도 윔블던 나갔을텐데 아쉽다.ㅋㅋ 윔블던 우승의 꿈은 접었지만 테니스 해본건 정말 잘한거 같다. 꾸준히 재밌게 할만한 운동을 찾아서 기분이 좋다.
사람들
올해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다만 아쉬운건 그럴수록 내가 먼저 다가가는 방법을 잊고 있다는걸 깨닿는 것이다. 원래도 그랬는데 더 심해지는거 같다.ㅋ 그래서 감사한 분들이 많다.
예전에 어떤 친구가 내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변하지 않는거라고 했다. 올해 그 말이 자주 떠올랐다.
영어 회화
외국 사람들 만났을때 스몰토크라도 하자는 목표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부담 없으니까 좀 재밌다. 공부니까 아주 조금 재밌다.ㅋ
블로그
블로글를 계속 방치해두다가 향로가 회사를 위해서라도 글 종종 작성하는게 어떻냐고 의견을 줬더랬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쓰려고 하는데, 올해 정도는 괜찮은거 같다. 내년에도 주제 생기면 게으름 피우지 말고 써봐야지.
올해 쓴 기억나는 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
함께 일한지 5년
인프랩 리프데이
옛날 얘기 – 상암 면접
마치며
올해 나는 성장했을까? 음 그건 잘 모르겠지만
지금 알고 있는 확실한건 의미없는 시간은 없다는 것이다.
좋았던 일도 아쉬웠던 일도 걍 멀거니 시간죽이는 일도 내 모든 시간은 미래의 나를 만드는 가치 있는 시간이길.
취하지 말자.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걸 잊지 말자.
한발짝 물러서서 생각하자.
한계단 높이서 생각하자.
모두들 감사합니다. ❤️
2023년 끝! 2024년 화이팅!